(미나리에 얽힌 스토리...)
한 여자의 이야기를 하려고 합니다. 아주 오래전 약 오십여년 전의 이야기지요.
나이는 스무살이 약간 넘은 초보 주부의 경험담입니다. 그때의 한국 시골은 거의 농사를 지었지요.
손위 형님은 그동안의 단련된 몸놀림으로 시댁의 일을 척척해내었지만, 초보인 그녀는 그렇지 못했지요. 갑자기 병이 났는데, 그녀는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시부모님(시어머니)은 하는 일이 무엇이 있다고 몸살이 나느냐 못마땅해했고, 효자 남편은 어머니와 형수에게 미안해, 방을 들여다 보질 않는 것입니다. 그런데 그녀의 몸이 움직여지질 않는 거예요. 그런 가운데 여러 날들을 방에 방치되었습니다.
집은 모두 모내기로 바쁘고, 남편은 피곤하니까 그리고 시모의 질투에 마루(지금의 거실이겠죠)에서 자고, 숫제 방을 들여다 보질 않았어요. 웃긴 얘기지만, 당시엔 시어머니가 가까이 보는대선 서로 말도 나누지못했죠.
그녀 집에 모내기가 있는 날이었습니다. 모를 심기위해 온가족이 동산 너머로 갔고, 온마을이 바빠서 아주 분주했지요. 그녀의 생각에 그렇게 혼자 있으면, 굶어 죽을 것만 같았습니다. 방을 벗어나 조그만 논뚝길을 지나 또랑을 거쳐 친정집 가까이에 (당시 농사때만 흐르는 조그만 또랑이 있었는데), 그곳에서 혼절을 하고야 맙니다. 옆집 아저씨가 나왔다가 그녀를 발견하고 소동이 나, 친정집으로 옮졌지요. 그녀는 어머니의 도움으로 정신을 차릴 수가 있었는데, 그땐 일어나 움직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얼굴의 형태가 말이 아니었어요. 입이 돌아간 것 입니다. 전화도 한 동리에 하나 정도 있을 때였습니다. 그녀의 어머니는 오빠에게 연락을 해서, 그녀를 병원으로 옮겼습니다. 병원에서는 앞면 신경마비라고 했습니다. 보름을 입원했다가 집으로 가길 원했더니 오빠는 마음대로 하라고 했습니다. 보름후 남편이 와서 퇴원을 하는데, 병원앞을 나서니 한약방이 보였습니다. 그것을 보는 순간, 그녀는 남편에게 말했습니다.
나 저기 좀 가보고 싶어요. 남편은 그러자고 했습니다. 그래서 그곳으로 들어 갔습니다.
그곳의 의원님은 노인이였는데, 그 의원님은 그녀를 보는 순간 침 맞았소 하는 겁니다.
그녀는 아니요. 주사는 맞았어도, 침은 아직 안맞았어요 하니까 의원님은 그럼됐소
하며 침도 안주고 진맥도 안하고 약네첩에 가라고 하며 하는 말씀이... 그런데 요번에 나으면 조심해야하오. 다시 도지면 그땐 그 모습으로 평생 살아야해요 하는 겁니다.
그런데 내 한가지 처방법을 가르쳐 드리지.
귀가 번쩍뜨였습니다. 뭔데요?
응, 봄이 되면 눈이 다 녹기전 돌창에 가면 미나리가 있소. 그것을 걷어다 절구에 쪄서 즙을 한잔씩 만들어 드시오!
친정으로 와서 어머니가 정성껏 달여주시는 약도 먹고 얼굴에 바르기도 했습니다.
그런 그녀에겐 사랑하는 남동생이 하나 있었습니다. 육이오 전쟁때문에 학교를 중단했어서 늦게 중학교를 다니고 있었지요. 그 동생이 학교에서 돌아오더니 누님 얼굴이 돌아왔어요 하는겁니다.
그런데 그때 그녀 옆에는 거울이 없었답니다. 무기가 될만한 물건은 옆에 없었던 거지요.
동생이 거울을 가지러간 사이에 그녀는 침을 뱉아 보았습니다. 언제나 침을 뱉으면 턱에
떨어졌는데 멀리가는 거예요. 얼마나 좋은지...그녀의 집에 있던 어두움의 그림자는 물러가고,
햇빛이 쨍하고 났답니다.
(미나리 먹기)
그녀는 오십여년 전의 나의 모습입니다. 그런 일이 있고나서는 제곁에 언제나 미나리가 있습니다.
신비스러운 약은 아니지만 좋아하게 됐습니다. 아이들이 자랄때도 미나리즙을 짜서 먹이곤 했었지요. 지금 유럽에 살면서도 그 미나리를 가든과 연못에 심어놓고, 사람들에게 분양도 해준답니다.
미나리로 뭘 할 수 있냐구요?
아주 좋은 먹거리가 된답니다. 미나리즙이 있고, 미나리 강회라고 데쳐서 초고추장에 찍어서 드셔도 되고요, 미나리를 튀겨도 아주 좋아요.
그럼, 아주 쉬운 미나리 튀김을 만들어볼까요?
일단 감자 녹말을 볼(bowl) 같은데다 담고 물을 붓는거예요.그래서 냉장고에 넣어주세요.
한밤을 자고나면 물은 위로, 녹말은 가라 앉아서 딱딱하게 되어있지요.
그때 위의 물은 쪽 덜어내시고 그냥 냉장보관해 두세요.
미나리를 한줌 뜯어 씻고, 볼에다 녹말을 크게 두수저 정도 떠넣고, 계란하나를 깨서 흰자위만 반정도 넣고 손끝으로 조물거리면 부드러워집니다.
(꼭 미나리만이 아니라 어떤 채소도 이렇게 응용할 수 있어요)
이젠 기름을 팬에 넣어 끓입니다. 온도가 좀 높아야 바삭하게 튀김이 됩니다.
나무젓가락을 기름 끓이는데 넣어보면 즉시 방울방울 기름이 끓어야 잘 튀겨지고 접시에 담으면 바삭하고 좋답니다.
어설푼 제 글을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는 답으로 적었습니다.
전 어려운 시절, 힘든 경험을 통해 배운 거지만, 몸에 좋은 미나리, 맛있게 드셔요.
그럼 다음에 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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